2026-06-0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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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후에 심심해서 친구와 잠실투표소에 갔다.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하고 있었다.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소리지만 기다려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길래(장동혁 같은 사람이 올 줄 알았다) 집에 가려고 했다. 그 때 전한길이 모습을 드러내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유명인을 가까이서 볼 기회였으나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두려움을 느껴 나는 자리를 피했다. 친구는 전한길 거의 옆으로 가서 연설을 들었다. 나중에 보니 전한길 공식 유튜브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었다. 오해할까봐 말하지만 친구나 나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념을 지지할지언정 한국의 정당, 그중에서도 거대양당을 지지하기에는 정당 수준이 매우 낮다.

정치적 사건의 온상지를 방문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거의 살면서 처음으로 그런 곳(?)에 가본건데(난 촛불시위도 나가본 적 없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떠올랐다는 생각을 최대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이번 글을 기회로 삼아 정치적 견해를 정리하고 싶어졌다. 단순히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정치적 견해를 건전한 방법으로 주장하고 토의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적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많아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 고민이다. 일단 한국의 대의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양상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서도 한국은 (내가 살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심각한 것 같다. 계엄, 탄핵, 거대 여당, 사법 개혁, 개헌 시도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이후 사실상 대의제를 위협하는 주축이 되어가고 있다. 당연히 명분은 정의롭지만, 언제까지 정의로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한다. 사법 개혁, 실질적 민주주의 추종, 포퓰리즘적 정책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힘을 지지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계엄에 동조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설령 국정마비가 심각한 상황이었더라도 계엄만큼은 하면 안됐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원론적인 보수 분파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지 않기도 한다. 현재 국민의 힘이 정말 보수 정당이 맞는가와는 별개로 말이다.

좌우여야를 막론하고 수준 낮은 공격만이 판치고 거대 담론이라던가 이데올로기를 논하는 정치인은 거의 멸종했다. 자유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일개 공대생인 나보다 많이 알고 있고 관심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부가 2차적인 기관이라는 말을 했지 않았던가. 씁쓸한 현실이다...

더 슬픈 점은 좌우거대정당 모두에 큰 문제가 있다는 나같은 주장은 쉽게 "모두까기"로 잘못 이해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쿨해보여서, 염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정치의 기본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원론적인 의미에서) 정치에 관심이 많고, 두루뭉술하지만 나아가야할 방향을 개인적으로 나름 정립한 상태다. 그런데 단순히 양자택일을 거부한단 이유로 정치적 식견이 부족한 사람 취급을 받다니...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다.

말이 나온 김에 내 정치적 성향을 정리하자면 민주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아나키즘 그 어디 언저리라고 할 수 있다. 명확한 노선이 없는 것은 정말 식견이 풍부한 정치학자 아니고서야 함부로 특정 이데올로기를 추종하는 것이 멍청한 팬덤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며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지하는 것 아닐까? 민주당이 잃어버린 그 가치 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정말 교과서적인 비판적 사고를 항상 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랬으면 일개 대학생에서 머무르지는 않았을테니... 다만 한국에서 활동하는 자칭 정치인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도토리 키재기일 뿐이라도 말이다.

아무튼 난 일반적으로 말해 좌익이 맞다. (뱉고 보니 왜 이렇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당을 반대하는 것뿐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애초에 정치적 견해란건 세상 사람 수만큼 많을텐데 이걸 싸잡아서 2개 진영으로 구분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논리적 비약의 극치임을 모르는걸까?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자기도 모르게 불러오고 있고, 보수당은 윤어게인과 부정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여당인만큼 솔직히 말해 보수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싶을 수밖에 없지만, 참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동료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투표 사태도 그렇다. 재선거를 일부 요구하는 것까지는 든든하지만,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치부하고 사형선고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보면서 참 복잡한 감정이 들었었다. 정치가 후퇴했음을 느낀 것 같다.

사실 정치가 후퇴하는 것은 대중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권자가 거대 담론을 논하는 진짜 정치인을 원한다면 자연스레 엘리트층은 요구에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역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음에 주목하라. 한 명의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그 시민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겠으나, 대다수의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얕은 가십거리만을 좇는 것은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다.

이 문제는 흔히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받는 '경제 영역과 정치 영역의 분화'와는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일부 시민이 아예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경제 영역의 심화로 인해 정치 영역까지 관심을 확장할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겠으나,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마저도 수준 낮은 포퓰리스트와 음모론을 반긴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는 어렵다.

여기서 나는 문제가 민주시민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민주시민교육은 5.18 민주화운동, 촛불시위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2000년 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주장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식민지 -> 강제적 근대화 -> 해방 -> 분단 -> 전쟁 -> 휴전 -> 군사독재 -> 민주화까지 정말 혼란한 근현대 역사를 겪으며 올바른 이데올로기가 정착하지 못했고,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극심한 상태에 도달하였다. 진보당과 보수당은 이데올로기의 탈을 쓴 기득권 집단이 되버린 것이다. 복지에 'ㅂ' 자만 주장해도 빨갱이라고 취급받거나, 진보당이 검열을 옹호하고 보수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모순 모두가 잘 정립된 이론의 부재가 몰고 온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개념과 이론이 오용되고 남용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진심으로 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화주의, 민족주의, 진보, 보수의 정확한 의미와 개념만 이해하고 있어도,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단번에 깨닫고 자칭 정치인들이 얼마나 모순적인 추태를 보이고 있는가를 인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아리스텔레스가 맞았다. 국가가 국민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교육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글을 쓰는데 대략 5시간이 소요됐다. 당연히 모든 시간을 집중하진 않았고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꽤나 심도 깊은 고민과 사유 과정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왜 내가 일기를 쓰나도 나름대로의 철학적 사유와 함께 서술하겠다. 말이 약간 샜는데, 하고 싶은 말은 AI의 도움 없이 나름대로 노력하여 쓴 글이니, 사실과 맞지 않거나 흡잡을 곳이 있더라도 양해를 구한다는 것이다. 미리 사과의 말을 드린다.


글쓰기 실력이 정말 많이 퇴화했구나를 느꼈다. AI와 상담(ㅋㅋ)해보니 원래 산발적인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게 주제를 잡고 쓰는 글보다 어렵다고는 하는데, 그냥 위로인건가? 아니면 진짜일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나름 봐줄만한 결과물을 AI 없이 완성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내가 왜 "AI 없이"를 계속 강조하는지도 나중에 서술해야겠다. 10시에 시작한 글인데 지금 새벽 3시 반이다. 내일 10시에 알바 있는데 어카지? 일단 자야겠다...